사순 묵상 44 - Fr.김영수 헨리코

치명자산성지 | 2020.04.09 10:47 | 조회 451

[사순묵상 44]

❈ 성 목 요 일 ❈
2020.4.9.치명자산성지

 

✣ 뭉개진 발가락 ✣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능력을 아낌없이 나누시고,

48세의 나이로 하느님 곁으로 떠나신 이태석 신부님께서 만든 신발이야기가 떠오릅니다.

40여년의 내전으로 눈물조차 말라버린 가난과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아프리카 남수단,

그 중에서도 더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신부님의 사랑은 더욱 각별했습니다.

신부님은 환자를 찾아가고 발가락이 제대로 없는 이들을 위해서

직접 도화지에 발을 그려서 신발을 만들어 주셨다고 합니다.

뭉개진 발을 대고 그 발을 위한 신발을 마련하며 오갔을 신부님의 마음이

예수님께서 오늘 마지막 밥상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닦아 주시는 마음이고,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사랑이겠지요.

그 신발을 받아든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또 그 사랑을 나누어 주고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

침묵과 단절 속에서 걸어온 사순절을 여정을 마치고 시작하는 성삼일에는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펼쳐집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당신의 끝없는 사랑을 세 가지의 행위를 통해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먹이시고, 씻기시고, 보속하시는 일입니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한없는 사랑으로 키우듯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 주셔서

우리를 먹이시고, 우리의 발과 영혼을 씻기시고,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갚으시는 깊고 깊은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성삼일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그 깊은 사랑 안에 잠기는 시간입니다.

주님 만찬을 묵상하는 성목요일, 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성금요일, 깊은 침묵 속에서 부활의 빛을 기다리는 성토요일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사랑의 길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그 끝없는 사랑 안에 머무는 일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구원의 길임을 깨닫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밥상을 차리십니다.

예수님의 배신의 쓴 잔과 십자가의 고통을 알고 계시지만 제자들의 나약한 믿음을 위해서 차리신 사랑의 향연입니다.

그 밥상에서 예수님은 먼저 몸종들이 해야 할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닦아주는 일을 당신 스스로 행하십니다.

몸 둘 바를 모르고 거절하는 베드로를 향해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7절>

베드로도 몰랐고 우리도 몰랐습니다.

사랑이란 꼭 주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이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사랑할 수 있도록 먼저 사랑의 힘을 불어 넣어 주십니다.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며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8절>


발은 삶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발은 우리의 존재가 향하는 길이고,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바닥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듯, 당신을 믿는 사람들이 사랑으로 씻겨 사랑의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십니다.

흙먼지 속에서 내딛던 더러운 발, 구렁 속에서 헤매던 고단한 발, 돌에 걸려 넘어졌던 아픈 발을 씻겨

당신의 사랑을 전하고 기쁜 소식을 알리는 아름다운 발, 거룩한 발로 만들어 주십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서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이사 52,7>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 사랑의 길을 잘 걸어가도록 우리의 때 묻은 발을 당신의 사랑으로 씻어 주시고,

당신 자신을 우리의 음식으로 채워 주십니다.

그 끝없는 사랑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15절>

*****
❈주님, 오늘 당신께서 저의 발을 씻어주셨듯이 저도 누군가의 발을 씻게하소서.❈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