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묵상 43 - Fr.김영수 헨리코

치명자산성지 | 2020.04.09 10:25 | 조회 474

[사순묵상 43]

❈ 성 목 요 일 ❈
2020.4.8.치명자산성지

 

✣ 자수하여 광명 찾자 ! ✣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마태 26,16>

서양에서는 성주간 수요일을 ‘배반의 수요일 (Spy Wednesday)'이라 부릅니다.

스파이는 어느 한 쪽을 속여 다른 한 편의 목적을 달성하는 역할을 하는 첩자입니다.

스파이 중에는 양편을 다 속여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이중간첩도 있습니다.

배반의 수요일은 예수님과 함께 신앙의 여정을 걸어온 제자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의 나약한 믿음과 신앙의 위기를 성찰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1절>

이 말씀은 당신을 팔아넘길 유다에게만 해당하는 말씀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으로서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며 그리스도를 배반하는 우리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아직도 십자가의 죽음이 잉태하고 있는 부활과 생명의 여정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예고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나약한 그들의 믿음으로는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신앙인들이 하느님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고 하는 마음을 바꾸지 않고

세속적 가치와 위선적인 삶을 버리지 않는 다면

유다처럼 자신의 속셈에 따라 그리스도를 배신하고 팔아넘기게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유다는 결국 예수님을 배반하기로 결심하고 유대인들에게 팔아넘기기 위해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마지막 만찬 방을 떠납니다.

유다는 자신이 따르던 예수님이 자기가 바라는 대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유대인들의 질투와 분노에 예수님을 넘기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유다는 예수님을 떠나 자신의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 갔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시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끝내 자기 스스로 나무에 목을 매다는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를 두고 말씀하셨습니다.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24절>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에게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고 말씀하시고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고 경고하셨습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기려는 이중적인 믿음은

자신의 기준에 따라 하느님을 팔고, 예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신앙의 길에서 비켜서 있습니다.

스파이처럼 어둠 속에서 기웃거리며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자신을 숨기고 위장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에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너의 말이다” <25절; 공동번역>

어릴 적에 길거리에서 흔히 보았던 반공포스터가 생각납니다.

‘어둠 속에 떨지 말고 자수하여 광명 찾자!’

그때는 간첩들이 그리도 많았는데 요즘은 다들 어디서들 지내시는지?

신앙생활은 주님의 광명 속에 살아가는 일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성령의 빛을 받아 그 빛을 내 삶 속에서 반사하는 삶이지요.

우리가 빛 속에서 살아가려면 어둠을 벗어나 주님께서 비추어 주시는 빛의 세계로 나와야 하겠지요.

교회 안에서마저 신앙의 정진 보다 세속적인 재미에 몰두하여 신앙을 유희로 삼는 어중간한 믿음살이,

겉으로는 주님의 뜻을 따르는 척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려드는 이중적인 신앙은

우리를 영적허영과 완고함의 어둠 속에 머물게 합니다.

사순절의 여정을 마치며 세상에 드리운 어둠과 침묵 속에 고요한 부활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어둠 속에 떨지 말고 자수하여 광명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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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오늘 당신을 배반한 삶을 고백하고 당신의 광명안에 머물게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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