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묵상 42 - Fr.김영수 헨리코

치명자산성지 | 2020.04.07 16:19 | 조회 456

[사순묵상 42]

❈성주간 화요일❈
2020.4.7. 치명자산성지

 

✣ 어둔 밤 ✣


“때는 밤이었다.” <요한 13,30>

“저는 지금 기도도 잘 안 되고, 마음이 너무 공허하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앗아 가셔서 마치 어둔 밤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합니다.”

영적인 성장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종류의 어둔 밤을 겪게 됩니다.

* 첫 번째 어둔 밤: 하느님을 믿기로 결심하고 믿음의 여정을 시작하면

열심히 신앙의 진리를 탐구하고 신앙의 가르침에 따라 살기위해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영적인 삶이 재미가 없어지고 황량한 들판을 지나는 듯한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 시기를 ‘감각의 어둔 밤’이라고 불렀습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신앙의 진리를 찾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이지요.

이 ‘감각의 어둔 밤’에 많은 신앙인들이 밖으로 나갑니다.

마치 유다가 자신의 기대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예수님을 떠나 밖으로 나갔듯이

신앙의 권태기에 접어든 신앙인은 타성과 세속적 관심사에 다시 빠져들기도 합니다.

* 두 번째 어둔 밤: 다행히 그 첫 번 째 어둠 속에서 자신의 나약함과 죄를 깊이 깨달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비추어 주시는 빛을 따라 영적인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제 기도는 하느님을 더 가까이 만나는 시간이 되고

하느님의 현존이 조금씩 현실 안에서 더 깊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 영혼에게 어느 날 갑자기 또 칠흑 같은 어둔 밤이 시작됩니다.

영적인 성장 간절히 바라며 열심히 살아온 삶이 힘겨워지고 답답함과 무미건조함 때문에

하느님께서 자신을 어둠 속에 버려두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이 깊은 어둠의 시간은 ‘영혼의 어둔 밤’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영혼의 어둔 밤은 자기중심적인 영혼이 하느님을 중심으로 모시게 되는 과정에서 겪는 회개의 여정입니다.

영혼의 어둔 밤을 거친 신앙인은 비로소 세상을 영적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느끼며, 성령의 힘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요한 13,36>

성삼일을 앞두고 십자가의 길을 준비하시는 주님과 제자들은 깊은 어둠에 잠깁니다.
예수님도 마음이 심란해 지셨고 제자들도 어둠 속에서 주님께서 가시는 길을 묻습니다.

오늘 복음은 두 종류의 어둠을 보여 줍니다.

유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맛보았고 가끔 제 잇속도 채우면서 그 사랑의 길에 함께 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욕구에 따라 살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했던 유다는

끝까지 자기자신을 벗어나지 못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등지고 밤의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기가 하려는 일을 하려고’ 깊어가는 어둠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그 어둠 속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베드로는 순진한 열성으로 주님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장담합니다.

베드로는 아직도 주님께서 가시는 길이 어디인지 모르고,

그 길에서 겪어야할 어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지요.

예수님은 베드로의 나약함을 아십니다.

자신의 강함을 믿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어떻게 넘어지게 될 것인지를 알고 계시는 예수님은

그가 다시 일어 날 수 있는 길도 준비해 주십니다.

베드로는 지금 비록 어둠 속에 있지만 닭이 우는 새벽을 맞이할 것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어둠 속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때가 있습니다.

어둠 속에 넘어져 일어나기조차 힘든 때도 있습니다.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어야 일어나듯이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손을 내미는 사람은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 어둠 속에서 주님을 찾는 사람만이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

‘어둔 밤’은 새벽을 맞이하기 위한 정화의 시간이며 하느님의 빛 안에 머무르기 위한 채비의 시간입니다.
온 세상이 깊은 어둠에 잠겨 있는 이 시간에, 주님께서 머무셨던 그 깊은 어둔 밤에 함께하며

주님께서 걸어가신 영광의 빛을 향한 여정을 걸어갑니다.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요한 13,36>

*****
❈ 주님, 오늘 당신께서 겪으신 어둠에 함께 머무르게 하소서. ❈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